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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최근 잇따른 재난 발생과 감소한 예비비, 커지는 우려

by 소소공감 2025. 3. 27.

 

예비비는 줄고, 사람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봄기운이 퍼지기도 전, 산과 들은 불길로 물들었다. 경남과 경북에서 시작된 산불은 빠르게 퍼져 나갔고, 그 불길이 남긴 자리는 재가 되어 흩날렸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눈앞에서 잃어버렸고, 탄내 섞인 공기 속에서 무력하게 불씨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궁금해졌다. 나라의 예비비는 어디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왜 이런 위급한 순간에, 신속한 지원의 손길은 닿지 않았던 걸까.

사실 정부의 재난 대응 예산인 예비비는 전년보다 1조 원 가까이 줄어든 상태였다. 조용히 진행된 그 감축은 막상 재난이 닥치고 나서야 무게를 드러냈다. 누구도 ‘예산’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땅과 사람의 상처가 있었고, 그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어쩌면 숫자 몇 줄에 불과했던 예산이, 현장에서는 곧 삶과 생존의 문제로 이어졌던 것이다.

자연은 경고했지만, 준비는 늦어졌다

재난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선 조류독감이 들이닥쳤고, 이어 구제역이 터졌다. 땅만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던 동물들까지 희생되기 시작했다. 축산 농가에서는 수백 마리의 닭과 소, 돼지가 하루아침에 살처분되었고, 농부들은 울며 마당을 지켜보는 날이 이어졌다. 예방백신조차 제때 도착하지 못한 이유는 결국 ‘예산’ 때문이었다. 살처분 보상금도 늦어졌고, 일부 농가들은 여전히 보상 신청서만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더 아프다. 한 번의 재난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재난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고, 축소된 예비비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너무 작고 조용한 존재였다. 재난은 시계 없이 찾아오지만, 대응에는 분 단위의 속도가 생명이다. 하지만 그 속도는 줄어든 예산 앞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피해는 수치가 아니었다, 사람의 이야기였다

산불로 전소된 주택, 방역 실패로 텅 빈 축사, 그리고 대피소에서 맞이한 봄. 이런 상황은 통계로 환산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집이자 삶의 터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세대를 이어온 가업이었다. 불탄 들판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에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허망함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알고 있었다. 이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예비비를 줄였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 그것은 ‘지연된 지원’, ‘늦어진 복구’, 그리고 ‘방치된 삶’으로 체감됐다. 재난은 복구보다 예방이 더 경제적이라는 말은 이론이 아니라, 실체로 다가왔다. 산림을 복구하려면 수십 년이 걸리고, 가축을 다시 키우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은 그보다 더 오래 걸린다.

장기적인 시선, 그리고 바뀌어야 할 대응 방식

이제는 땜질식 대응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누구에게나 분명해졌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재난에 대비하려면,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 그 예산이 얼마나 ‘제때’ 그리고 ‘정확히’ 투입되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각 부처 간 소통,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의 신속한 연결, 필요시 즉각 작동할 수 있는 긴급 매뉴얼. 그것이 곧 생명을 살리는 조건이 된다.

또한 민간의 기술과 자원을 재난 대응에 활용하는 체계도 구축돼야 한다. 드론, 위성 데이터, AI 기반 예측 시스템이 재난 초기 탐지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열감지 드론이 먼저 현장을 탐색하고, AI가 확산 범위를 예측해 진화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 이런 대응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정부와 주민의 역할, 그리고 희망의 연결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더는 충분하지 않다. 각 지방정부가 스스로 재난 예산을 확보하고, 자체 방재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재난 대응 매뉴얼은 훨씬 현실적이고, 더 강력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비 물자 창고, 주민 대피 훈련, 비상 연락망 구축. 이런 작고 평범한 준비들이, 가장 극적인 순간에 생명을 살리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이제 사람들은 알고 있다. 재난은 피할 수 없을지 몰라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그 방법의 첫 걸음은 결국 ‘준비’라는 단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준비는 정부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누군가의 오늘이 다시는 잿더미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의 시선은 이제 예산보다 더 깊은 곳을 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