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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CBAM이 뭐길래 난리야? 탄소국경세가 한국 기업에 미칠 충격

by 소소공감 2025. 3. 26.

탄소국경세란 무엇인가?

유럽연합(EU)이 본격적으로 시행한 탄소국경조정제도, 일명 탄소국경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수입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EU가 부과하는 환경세의 일종이다. 이 제도는 EU 역내 산업에 적용되는 탄소 감축 의무를 수입 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호장치의 성격도 지닌다. 또한 이를 통해 수입업체와 해외 생산자들에게도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여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탄소세를 적용받는 품목은 현재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수소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군을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점차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기후 리더십 강화, CBAM의 출발점

CBAM 도입은 EU가 추진하는 '유럽 그린딜'의 핵심 축 중 하나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한다는 ‘Fit for 55’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EU 배출권 거래제도(EU ETS)와 함께 CBAM을 도입해 외부 국가의 탄소 배출까지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유럽은 자국 내의 기후 정책을 글로벌 무역 규범으로 확장시키며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고, 탈탄소 글로벌 표준을 EU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규제가 아닌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도 국제사회에 의미 있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타깃 산업: 철강·시멘트·알루미늄 중심의 고탄소 산업

CBAM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전통적으로 높은 탄소 배출을 수반하는 제조업 분야다. 이들 산업은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며, 탈탄소 기술 도입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특징이 있다. 특히 철강 산업의 경우, 용광로 방식에서 수소환원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여 개발도상국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며,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체의 대응: 친환경 전환 가속화

탄소국경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생산 공정의 탈탄소화를 서두르고 있다. 기존의 석탄 기반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전기화, 수소 기반 기술,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고효율 에너지 설비 도입 등 다양한 기술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 내 고객사와의 거래가 많은 글로벌 공급망 기업들은 CBAM 적용을 피하기 위해 유럽 현지에 친환경 생산시설을 마련하거나, 저탄소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으로 생산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수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경영과 ESG 강화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탄소국경세의 무역 장벽 논란

한편, CBAM에 대해 일부 국가와 산업계에서는 ‘무역 장벽’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CBAM이 자국의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실질적인 환경 기여 없이 선진국 중심의 환경 보호주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비차별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CBAM의 합법성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EU는 탄소 가격 부과 외에도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이전 및 금융 지원을 통해 균형 있는 기후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와 공정성 확보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각국 정부의 대응과 정책 전환

CBAM의 도입은 각국 정부의 환경 및 산업 정책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자국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시스템을 강화하고, 저탄소 기술에 대한 세제 혜택 및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탄소가격제 및 국내 탄소세 도입 논의도 본격화되며, 유럽의 규제에 상응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대응을 넘어, 자국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CBAM, 글로벌 기후제도의 확산 기폭제 되나

업계 전문가들은 EU의 CBAM 도입이 전 세계적으로 유사 제도의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이미 탄소조정세 관련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으며, 캐나다, 일본, 호주 등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국 내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무역이라는 글로벌 틀 안에서 환경 정책을 실현하려는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는 탄소국경세가 개별 국가의 정책을 넘어, 새로운 국제무역 규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탄소국경세 도입이 초래하는 산업 구조의 변화

CBAM은 단순히 환경 규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생산비용뿐 아니라 ‘탄소 비용’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제품 기획, 공급망 설계, 고객 유치 전략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탈탄소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되고, 저탄소 인증과 지속가능성 지표는 기업 평판과 직결되는 핵심 기준이 되었다. 결국 탄소국경세는 기업의 ESG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론: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전환점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는 단순한 제도적 변화가 아닌, 글로벌 경제 질서를 환경 중심으로 재편하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산업계는 이를 규제나 비용으로만 보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는 탄소 감축 기술력, 친환경 설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보고 시스템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각국 정부 또한 자국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탄소국경세는 미래를 예고하는 지표이자, 모든 산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