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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거래가 끊기기 전에, 사람들은 마지막 가격을 올려놓았다

by 소소공감 2025. 3. 29.

압구정 어느 골목의 표지판은 갑자기 너무 높은 숫자를 품었다

그날 그는 강남을 걷고 있었다. 오랜만에 들른 압구정은 여전히 깔끔하고 조용했지만, 부동산 중개소 창문에 붙은 종이들 속 숫자만은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30억이던 아파트가, 어느새 37억, 39억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건 무슨 일이지?’ 그는 의아했다. 뉴스에서는 부동산 거래량이 줄었다고 했고, 고금리 시대에 집값이 떨어질 거라던 말도 자주 들었는데, 왜 여기만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걸까.

 

답은 간단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곧 시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 심리와 규제의 교차점에서 움직인다. 압구정과 청담, 삼성, 대치. 이른바 ‘강남 4구’라 불리는 이 구역에서, 거래 제한이 걸리기 전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동시에 움직였다. 사람들은 알았다. 거래가 멈추면, 가격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서둘렀고, 누군가는 마지막에 가장 높은 가격을 찍고 떠났다.

규제가 온다는 소문만으로도 움직이는 곳, 강남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지역 내에서 부동산을 매매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이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단기적인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종종 도입된다. 허가를 받으려면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일정 기간 전세나 매매가 제한되기 때문에 투자 목적의 수요는 자연스럽게 차단된다.

 

하지만 이 제도의 역설은 그 이전에 나타난다. ‘이제 곧 거래가 막힌다’는 정보 하나만으로도 가격은 급등한다. 실제로 압구정 A아파트는 불과 한 달 사이 6억 원이 뛰었고, 청담 일대 소형 평형도 2억 가까이 상승했다. 이건 수요가 많아서가 아니라, 심리가 앞섰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규제 직전의 움직임이 가장 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부동산은 숫자보다 심리에 더 민감한 자산이라는 진실이 또 한 번 증명되었다.

현실과는 다른, ‘미래 가격’에 대한 기대

흥미로운 건, 이 시세가 실제 수요에 기반했다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고금리, 경기 둔화, 공급 과잉 등의 변수로 인해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어 있었지만, 강남이라는 지역의 상징성과 희소성은 여전히 유효했다.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규제는 일시적이지만, 입지는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거래는 잠잠해도 호가는 높았고, 호가는 또다시 시장을 끌어올렸다. 어떤 집은 실제로 거래된 것도 아니었지만, ‘신고가’라는 타이틀 하나로 주변 단지를 자극했고, 소문은 소문을 키우며 그 동네 전체를 움직였다. 부동산 가격은 현실보다 기대에 의해 먼저 반응했다. 그래서 강남은 언제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반영하고 있었다.

거래는 멈췄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계속 움직였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실제 거래량은 급감했다. 매수자는 줄었고, 문의도 뜸해졌으며,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였다. 말 그대로 ‘잠김 현상’이었다. 규제가 시작되면 잠시 시장은 멈춘다. 하지만 그 멈춤 속에서도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어떤 이들은 전세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남은 매번 그래왔듯, 다른 길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문가들은 강남 부동산 시장의 가격이 하락보다는 정체, 그리고 다시 완만한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핵심 인프라, 학군, 교통, 브랜드 단지. 이런 요인들은 규제 하나로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거래가 막히는 동안 공급이 줄고, 다시 거래가 풀릴 때 ‘잠겨 있던 수요’가 폭발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그렇게 강남은 몇 번의 파동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고,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중심으로 남아 있다.

그는 지금도 강남을 바라본다. 다만 이번에는 다르게

그 역시 한때 강남 아파트를 가지고 싶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아파트를,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집을. 하지만 이번 상승과 규제의 흐름을 보면서 그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격은 오르내리지만,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이 그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살고 싶은가였다. 그저 자산으로서가 아닌, 삶의 배경으로서의 집.

 

그래서 그는 기다리기로 했다. 흐름을 타지 않고, 타이밍에 쫓기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시기와 목적이 다가올 때 움직이기로. 그날 본 부동산 창문 속 ‘신고가’는 그저 숫자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숫자 너머의 진짜 이야기를, 그는 이제 조금은 읽을 수 있게 되었다.